집합건물분쟁연구소 한재범 변호사가 점유자의 의결권 행사 조건을 강화하는 관리규약의 효력에 이의를 제기하여, 해당 규약에 근거한 관리인 선임 결의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사건을 소개합니다.
사건의 배경을 보면, 한 집합건물의 관리단 모임에서 새로운 관리인을 뽑는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당사자가 이 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제기자는 관리인 선임 과정에 법률이나 규약을 위반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회의 소집 과정에서 건물 점유자들에게 제대로 통지하지 않고, 의결권 행사에 불필요한 제약을 가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관리규약이 법률이 정한 것보다 점유자의 의결권 행사 조건을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을 판단하면서 집합건물법의 관련 조항을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특히 법 제24조 제4항에 주목했는데, 이 조항은 점유자의 의결권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본래 취지가 점유자가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되, 소유자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우선시한다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더 나아가 법원은 이 조항이 단순한 권고가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법 제정 과정과 목적, 해석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였습니다. 따라서 점유자의 의결권 행사 조건을 법에서 정한 것보다 더 엄격하게 만들거나, 점유자를 단순히 소유자의 대리인으로만 취급하는 관리규약은 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해당 관리인 선임 결정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소송 제기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